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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분홍토끼 _조피디 초단편001

오늘도 해냈다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꾸중없이 하루일과를 보냈다

나를 이유없이 꾸짖던 황부장은

코인이 올랐다며

개다리춤을 추며 사무실을 돌아다녔다

정말 꼴보기 싫다

그래도 오늘 기분이 좋은지

하루종일 미소가 끊이지 않아서

나에게 시비를 걸지도 않았다

저녁 6시이지만

비 때문에 벌써 어두워졌다

가방에 있던 3단 우산봉을 꺼내

힘차게 펼쳐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에어팟에서 나오는

딘의 ‘인스타그램’ 을 들으며

박자에 맞추어 걸어가고 있는데

오늘이 금요일이라서 그런걸까

평소보다 사람들이 일찍 퇴근했다

멀리서 봐도 북적거리는 버스정류장

한 정거장만 더 걸어가면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나는 그곳에서 버스를 자주탄다

버스 제일 뒷좌석 오른쪽 끝 좌석에 앉아

창문에 기대서 음악을 듣고 집에 가는길이

제일 좋다

게다가 오늘은 부슬부슬 비도온다…

최고의 날이다

10분 정도 더 걸어서

한산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나만의 공간같아서 나는

이 버스정류장이 좋다

이곳의 의자는 나무로된 낡은 의자가 생겼다

원래는 의자가 없었는데

며칠전에 누군가 허름한 나무의자를

가져다 놨다

다리의 길이가 살짝 맞지 않아

엉덩이을 움직이면 끼익 끼익 소리가 나며

움직인다

오늘도 이곳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는데

누군가 나의 어깨를 건들였다

깜짝놀라 쳐다보니

나이가 지긋하시고

머리가 하얗지만, 쪽빗으로 깔끔하게

머리를 정리하시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신 할머니가

비에 홀딱 젖은채 입술을 떠시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음악을 끄고, 먼저 일어섰다

“할머니 앉으세요”

“내 새끼가 없어졌어”

“네?”

“내 새끼가 없어졌어 찾아줘”

나는 황당과 당황사이를 오가며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않았다

버스는 5분후 도착을 알려주고 있었고

할머니는 나의 옷길을 잡고 떼를 쓰셨다

“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난희, 87세, 성복동 87번지,

내새끼 찾아줘“

교육된 듯한 습관적인 자기소개…

치매에 걸린 할머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혼자 오셨어요?”

“오다가 잃어버렸어, 찾아줘”

주변을 둘러 봤지만

보호자로 보일 만한 사람은 없었다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니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생각보다 손이 고우셨다

손목에는 팔찌가 있었는데

팔찌에는

‘010-xxxx-xxxx 김난희 87세 성복동 87번지’

라고 적혀있고 목걸이도 있었다

문자로

‘김난희 할머니 ○○정류장 근처에 계세요’

라고 문자를 보내드리고

할머니에게 우산을 씌워드리고

손을 잡고 골목을 돌아다녔다

할머니가 찾던 내새끼의 정체는 사라지고

그냥 내손을 잡고 옛 이야기를 하시며

같은 골목을 계속 도셨다

“여기서 박영감을 만났지,

그 영감이 나를 좋다고 따라다녔어

내가 싫다고 그렇게 했는데 말이야

어제는 꽃을 가져다주고

그제는 딸기를 가져다 줬어

그만큼 내가 좋다는 거지“

하시며 기분 좋았던 옛 추억을

계속 들려주셨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도 나서

맞장구를 쳐드리며 같은 곳을 계속 돌았다

“할머니!!!!”

멀리서 우산도 안쓰신 아주머니가

슬리퍼만 신으시고 힘겹게 걸어오신다

핑크색 블라우스와 꽃무늬치마를 입으시고

검정색 동그란 뿔태를 쓰신

멋쟁이 아주머니였다

머리도 이쁘게 파마를 하셨다

“아유 할머니…”

짧은 한숨과

’다행이다’라고 작게 읇조리셨다

“아유 감사합니다… 저희 할머니가

치매가 있으셔서 비만 오면 밖으로 나가세요…

문 잠근다고 잠궜는데, 문 여는 법을 어떻개 아셨데

감사합니다“

“내새끼 데려왔어?”

“여기 있어요, 자”

분홍색 토끼인형이었다

“아이고 내새끼이~~~”

할머니는 비에 젖은 분홍색토끼를 껴안으시고

홱 돌아서 그냥 가버렸다

이쁜 아주머니는 몸만 뒤로 살짝 돌리시고

감사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할머니께서는 왼손으로는 아주머니를 끌어당기시고

분홍토끼의 귀만 잡으시고 걸어가셨다

그 뒷모습을 보자 괜히 뭉클했다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나는 버스의 오른쪽 제일 뒷좌석에 타고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음악을 들으며

집에 갔다